Essays
[신앙에세이] 영혼의 겨울, 그저 내복을 한 겹 더 껴입는 시간
겨울 아침, 이불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보일러가 돌아가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는 여전하고, 베란다에 널어둔 빨래는 며칠째 마르지 않아 눅눅한 냄새를 풍긴다. 출근길 버스 창가에 서린 김을 손으로 닦아내면, 앙상한 가로수들이 잿빛 하늘 아래 덜덜 떨고 있는 풍경이 보인다. 그 메마르고 볼품없는 풍경을…
[신앙에세이] 고무장갑 낀 손으로 드리는 예배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계단으로 내려간다. 봉투 밑부분이 살짝 찢어졌는지 시큼하고 비릿한 국물이 손가락을 타고 흐른다. 쇠난간은 겨울 냉기처럼 차갑고, 축축한 계단 냄새가 코끝에 걸린다. 계단참의 작은 창문에 내 그림자가 어렴풋이 비치는데, 그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다.무릎 나온 트레이닝복, 헝클어진 머리, 이 순간 거룩함이나 경건함 같은…
[신앙에세이] 돌아갈 짐을 싸는 여행자의 마음으로
냉장고 문을 열어 우유 팩을 꺼내면 상단에 선명하게 찍힌 검은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유통기한. 그 날짜가 지나면 내용물은 상하고 버려져야 한다. 고작 몇천 원짜리 식료품에도 끝이 명시되어 있는데, 정작 천하보다 귀하다는 우리네 인생에는 종료 날짜가 적혀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자주 착각에 빠진다. 이 삶이…
Columns
[신앙칼럼] 하나님은 왜 믿음 좋은 사람을 고통 속에 두시는가
신앙이라는 궤도 위를 달리다 보면, 예고 없이 선로가 끊긴 듯한 칠흑 같은 구간을 만난다. 차라리 명백한 악행을 저질렀다면 인과응보의 논리로 스스로를 납득시키기라도 할 텐데. 성실하게 쌓아올린 일상이 단 한 번의 파도로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하나님을 향해 원망 섞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축복’을…
[신앙칼럼] 늦게 배운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돌아보면 인생에서 빨리 배운 것들은 빨리 써먹었다. 시험 점수에 바로 도움이 되는 공식, 사회 초년생 때 몸으로 익힌 눈치, 사람에게 상처 안 받는 요령 같은 것들. 금방 익혔고, 곧바로 유용했다. 오래 기억에 남는…
[신앙칼럼] 복음, 낯선 은혜가 주는 충격에 대하여
오래된 예배당의 육중한 나무 문을 밀고 들어설 때 마주하는 특유의 침묵이 있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먼지 냄새와 낡은 장의자에서 배어 나오는 묵직한 향기. 그 고요한 심연 속에 잠길 때면, 우리는 으레 ‘은혜’라는 것을 삶의 비루함을 덮어주는 포근한 담요 정도로 기대하곤 한다. 세상살이에 베인 상처를 어루만져…
Multicultural Stories
[다문화이야기] 낯선 땅, 복음이 집이 되는 순간
처음 낯선 나라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은 대개 공항의 풍경을 떠올린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더 오래 남는 장면은 공항이 아니라 그날 밤 홀로 앉아 있던 작은 방입니다. 창밖에서는 아직 익숙해질 수 없는 거리의 소리가 흐르고, 방 안에는 짐을 풀지 못한 가방 몇 개와 낯선 냄새가…
[다문화이야기] 국경을 넘어온 사랑, 가정이 되다
공항 입국장 앞에는 언제나 두 개의 시간이 함께 서 있습니다. 아직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은 사람들의 밝은 설렘과, 이미 너무 많은 밤을 통과해 온 사람들의 깊은 피로가 한 공간에서 섞여 흐릅니다. 어떤 이는 무거운 캐리어 손잡이를 꽉 잡은 채 서 있고, 어떤 이는 꽃다발을 들고…
[다문화이야기] 두 개의 세계, 한 분을 바라볼 때
공항 입국장 문이 열릴 때마다 서로 다른 언어가 공기 중에 섞여 흐릅니다. 어떤 아이는 한국어로 엄마를 부르고, 잠시 뒤 아빠에게는 영어로 대답하며, 할머니에게는 서툰 한국어와 몸짓으로 마음을 전합니다. 한 집 안에 두 나라가 들어와 있고, 한 식탁 위에 두 개의 시간이 놓여 있는 삶.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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