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어짐이 끝이 아닌 이유
사람은 누구나 다시 넘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같은 후회를 품고 같은 자리를 다시 밟는다. 결심은 쉽지만 지속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자책한다.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나약할까.’ 그러나 이 질문 속에는 한 가지 착각이 숨어 있다. 우리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나 자신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변화의 중심에는 ‘나’가 아니라 ‘하나님’이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넘어지지 않게 붙드는 분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으키시는 분이다. 실패는 믿음의 반대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믿음이 드러난다. 의인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완전한 자를 찾지 않으신다 대신 꺾여 있는 자를 일으키고 무너진 자를 고치며 부서진 마음 위에 새 생명을 심으신다.
자책의 덫에서 벗어나기
자책은 회개와 닮았지만 전혀 다르다. 회개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지만 자책은 자신을 바라보게 만든다. 회개는 길을 바꾸는 행위지만 자책은 길 한가운데에 주저앉는 일이다. 신앙의 사람은 자신의 죄를 외면하지 않지만 그 죄를 붙잡고 스스로를 정죄하지도 않는다. 하나님께서 이미 용서하신 일을 스스로 되새기며 자신을 묶어두는 것은 은혜의 방향을 거슬러 가는 일이다.
자책은 겉으로는 겸손처럼 보이지만 실은 교만일 때가 많다. 내가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 내가 스스로 바로설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그 밑에 깔려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이 스스로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셨기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셨다. 그러므로 신앙은 ‘더 나은 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의지하는 나’로 깊어지는 여정이다.
실패 속에 숨겨진 은혜
하나님은 우리가 실패하지 않게 하는 분이 아니라 실패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게 하시는 분이다. 실패는 은혜의 통로가 될 수 있다. 그곳에서 인간은 자신의 무능함을 보고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 때 하나님은 이미 우리를 품고 계신다.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과거를 향하지만 하나님의 시선은 늘 미래를 향한다.
성경의 인물들도 모두 실패의 역사를 가진 사람들이다. 모세는 혈기를 다스리지 못했고 다윗은 욕망 앞에 무너졌으며 베드로는 두려움 때문에 주님을 부인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의 실수 위에 새로운 역사를 세우셨다. 그들의 실패는 끝이 아니라 사명의 전환점이었다. 하나님은 실수의 흔적을 지우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 흔적을 통해 당신의 은혜를 드러내신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인간은 자신을 평가할 때 ‘성공과 실패’로 잣대를 세우지만, 하나님은 ‘관계’로 우리를 본다. 우리가 여전히 하나님을 찾고 있는가, 그분의 품을 향하고 있는가, 그것이 하나님의 관심이다. 넘어졌다는 사실보다 그 넘어짐 속에서도 주님을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 하나님은 우리가 완벽히 걷는 것을 기뻐하시지 않는다 오히려 자주 멈추고 다시 기도하며 방향을 바로잡는 걸음을 기뻐하신다.
우리가 자책을 멈추고 하나님을 바라볼 때, 마음의 방향이 바뀐다. 신앙은 완벽한 걸음이 아니라 하나님께로 향하는 걸음이다. 하나님은 여전히 기다리신다. 넘어졌던 자리를 부끄러워하기보다, 다시 그 자리에서 주님을 찾기를 바라신다.
다시 일어서는 힘은 믿음에서 온다
믿음은 단지 교리를 믿는 것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손을 내미는 일이다. 하나님이 나를 일으키실 것을 신뢰하는 것, 그분이 나를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믿는 것, 그것이 진짜 믿음이다. 인간은 자꾸 스스로를 포기하려 하지만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신다. 우리가 아직 실수의 수렁 속에 있을 때도 하나님은 이미 그곳에서 구원의 손을 내밀고 계신다.
우리가 할 일은 단순하다. 자신을 단죄하는 대신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다. 다시 무릎을 꿇고 다시 기도하고 다시 믿음의 자리를 붙드는 것이다. 신앙의 본질은 ‘다시’에 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사랑하는 것. 그 반복 속에서 믿음은 단단해지고 은혜는 깊어진다.
은혜는 포기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의 실수를 이긴다. 은혜는 인간의 반복보다 크고 우리의 무너짐보다 깊다. 우리가 실패를 되풀이할 때조차 하나님은 그 반복 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빚으신다. 신앙은 완벽한 성취의 길이 아니라 반복된 실패를 통해 은혜를 배우는 길이다. 그러므로 오늘도 넘어졌다면 괜찮다. 그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을 부르면 된다.
하나님은 넘어지는 인간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다시 일어서려는 자를 기쁘게 받으신다. 그분의 은혜는 인간의 속도를 기다리고 인간의 눈물을 이해하며 인간의 반복된 연약함을 감싸 안는다. 실수는 인간의 언어이고 용서는 하나님의 언어다. 그리고 믿음은 그 두 언어가 만나 생명이 되는 자리다.
매일말씀저널 | 신앙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