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나의 뜻보다 깊다

 

상황은 같아도 하나님의 길은 같다 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주 상황의 결과로 하나님의 뜻을 해석하려 한다. 일이 잘 풀리면 하나님이 도우셨다고 믿고, 관계가 순탄하면 하나님이 함께하신다고 안심한다. 반대로 일이 꼬이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어딘가 잘못된 게 아닌가 두려워진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그렇게 단편적인 결과로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된 일도, 막힌 일도, 때로는 애써 준비한 길이 뜻밖에 무너지는 순간도 하나님 안에서는 모두 통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하나님의 길이 언제나 내 계획과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릴 때는 하나님이 일하신다고 말하고, 기대가 무너질 때는 하나님의 침묵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 길과 다르다.” 하나님의 뜻은 언제나 우리의 계산을 넘어선다.

하나님의 인도는 멈춤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원하던 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기대했던 관계가 깨어졌을 때, 나를 좋아하던 사람이 등을 돌리고, 내가 신뢰하던 이들이 멀어질 때, 우리는 흔들린다. 왜 이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뭘 잘못했나.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질문보다 더 깊은 질문을 하신다. 이 상황에서 너는 나를 신뢰할 수 있느냐고. 하나님은 때때로 우리의 길을 막으심으로 새로운 길을 여신다. 우리가 기대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갔다면 결코 보지 못했을 또 다른 길, 그 길은 멈춤으로 시작되곤 한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그분의 손을 붙드는 법을 배우고, 끝이라 여긴 자리에서 다시 기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하나님의 인도는 반드시 순조로운 흐름 속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나님은 길을 여시는 분이기도 하지만, 닫으시는 분이시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막힘 속에서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더욱 분명히 듣게 하신다.

반복되는 상황에는 반복해서 배우지 못한 무엇이 있다

신앙은 때로 재방송 같다. 비슷한 사람, 비슷한 문제, 비슷한 상처가 반복된다. 달라진 건 상황이 아니라 내 마음의 반응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쉽게 반응한다. 이전과 똑같은 감정, 같은 분노, 같은 두려움 속에 무너지고 다시 후회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거기서 멈추지 않으신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묻게 된다. 왜 이 장면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났는가. 하나님은 우리를 시험에 빠뜨리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훈련시키시는 아버지다.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 무너지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가 하나님의 시선이 아닌 나의 감정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믿음은 상황의 변화가 아니라 해석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고 계시고, 우리 안에 여전히 다듬어져야 할 무엇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같은 장면을 다시 내어주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뒤를 따라오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따라야 할 주님이시다

우리는 자주 하나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따라오시기를 기대한다. 내가 이리로 가면 이리로, 저리로 가면 저리로 따라오셔서 모든 걸 도와주고 응답해주시기를 바란다. 기도의 목적도 하나님의 뜻을 묻기보다 내 계획의 실현을 위한 보증처럼 여길 때가 많다. 그러나 믿음은 그 반대다. 우리는 주님이 가시는 길을 따라가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은 언제나 우리보다 앞서 가셨고, 언제나 “나를 따르라”고 부르셨다. 내가 이끄는 신앙은 통제가 되지 않으면 무너진다. 그러나 주님을 따라가는 믿음은 결과가 어긋나 보여도 흔들리지 않는다. 주님이 걸으신 길에는 늘 고난과 침묵이 있었지만, 그 길은 생명이었고 구원이었고 승리였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이 아니라, 주님이 이끄시는 방향이라면 그 길이 막혀도 걸을 이유가 있다. 믿음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가지 않으려 했던 길조차도 하나님이 원하신다면 가겠다는 순종이다.

상황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길에 뜻이 있음을 믿는 믿음’이다

우리의 눈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결국은 지나간다. 잘 풀렸던 순간도, 억울했던 시간도 모두 흘러간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았는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믿음은 상황이 아니라 태도이고, 계획이 아니라 신뢰이며, 성취가 아니라 순종이다. 일이 잘 풀릴 때만 감사하고, 기대가 이루어질 때만 기도하는 신앙은 결국 낙심 앞에 무너진다. 그러나 어떤 길이든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은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다. 주님은 지금도 그 길 끝에서 기다리신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없을지라도, 그분을 신뢰하며 걸어가는 모든 순간은 하나도 낭비되지 않는다.

길이 끊긴 곳에서 다시 시작되기도 하고, 실패처럼 보였던 자리에 하나님의 문이 열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고백해야 한다. 나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그 뜻이 있음을 믿으며, 오늘의 걸음을 멈추지 않기를.

매일말씀저널 | 신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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