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안에 거하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기쁨의 방식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이 정말 행복일까?
우리는 흔히 “예수님을 믿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지만 쉽게 오해되기 쉽다. 믿음이 좋으면 삶이 잘 풀리고, 관계가 회복되고, 일도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신앙이란 결국 축복을 얻기 위한 길이라는 오해가 신자들 안에서도 뿌리 깊다. 그러나 복음이 말하는 행복은 그렇게 단순한 원리로 설명되지 않는다. 진정한 기쁨은 상황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내 중심이 변하고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다.
믿음의 사람들은 고난의 시간을 피한 적이 없었다. 예수님조차 외면당하고, 배신당하고, 십자가에 내몰리셨다. 그렇다면 그분을 따르는 삶은 왜 고난이 없어야 한다고 기대하는가. 중요한 것은 고난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고난 속에서도 내가 누구를 붙들고 살아가느냐는 것이다. 예수님을 진심으로 믿는다는 말은 그분 안에서 나의 존재가 해석되고, 나의 상황이 재구성되며, 나의 미래가 새롭게 쓰여진다는 뜻이다. 그것은 단지 “잘될 것이다”라는 말보다 훨씬 깊은 평안과 강한 확신이다.
수가성 여인의 고백, 사랑이 시작된 자리
복음서 속 수가성 여인은 그런 의미에서 복음의 본질을 가장 분명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녀는 여러 남성과의 반복된 관계 속에서 신뢰와 존엄을 잃었고, 결국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가장 더운 시간에 물을 길으러 나온 여인이었다. 사회적 시선과 내면의 수치심이 그녀를 점점 더 외로운 존재로 만들었지만, 바로 그 자리에 예수님이 먼저 찾아오셨다. 그녀는 자신을 감추려 했고, 예수님은 오히려 그녀의 목마름을 먼저 짚으셨다.
그분은 그녀의 삶을 낱낱이 알고 있었지만 정죄하지 않으셨다. 도리어 다시는 목마르지 않을 생수를 약속하셨고, 그녀는 그 생명의 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던 여인이 다시 마을로 달려가 “내가 메시아를 만났다”고 외치는 장면은 단순한 감정 변화가 아니라 삶의 방향 자체가 전환된 사건이다. 복음이 한 사람의 인생 안에 들어올 때, 그 안에서 모든 부끄러움과 수치, 실패조차도 회복의 재료가 된다. 예수님은 그렇게 우리 삶의 중심으로 들어오신다. 조건 없이, 미리 알고 계시며, 회복을 위해 찾아오신다.
“내 안에 거하라”는 부르심, 그 응답의 삶
예수님께서는 “내 안에 거하라”고 말씀하신다. 이는 단순한 위로의 표현이 아니다. 그 부르심은 명백한 방향의 이동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나의 삶을 구성하던 기준—사람들의 인정, 안정된 경제 상황, 감정의 기복, 결과 중심의 판단—에서 벗어나 이제는 예수님의 말씀 안에 거하겠다는 고백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분 안에 거하는 삶이란 단지 신앙생활의 루틴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일상의 중심축을 예수님의 음성에 두는 삶이다. 다시 말해, 외부의 현실이 아닌 내부의 진리에 의지해 사는 방식이다.
이 삶은 결코 쉽지 않다. 때로는 예수님 안에 거한다는 것이 외로운 선택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즉각적인 성공과 비교하면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자리는 결코 헛되지 않다. 시간이 걸려도 그분 안에 뿌리를 내린 삶은 결국 열매를 맺는다. 그 열매는 기쁨이다. 고난 속에서 소멸되지 않는 기쁨이며,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확신이다.
진짜 믿음은 언제 드러나는가
우리는 평소에는 자신의 믿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위기가 닥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기도 응답이 지체될 때 믿음의 실체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때 우리는 물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예수님 안에 거하고 있는가?”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그분의 사랑이 충분하다고 고백할 수 있는가. 아직 환경은 그대로인데, 나는 그 안에서 기쁨을 누리고 있는가. 이 물음 앞에서 흔들림 없이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이미 우리는 가장 깊은 곳에서 예수님의 생명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 안에 거하는 사람은 다르다. 외부의 풍파가 일어도 내면은 고요하고, 사람의 말보다 주님의 말씀이 더 크게 들리고, 상황은 불안정해도 마음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고난이 있어도 사랑을 멈추지 않고, 응답이 없어도 소망을 포기하지 않으며, 침묵 가운데서도 여전히 말씀을 신뢰한다. 이것이 예수님을 진심으로 믿는 자가 누리는 기쁨이다. 그것은 세상과 바꿀 수 없는 깊고 끊어지지 않는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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