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자리에서 지켜낸 믿음, 그들이 전하는 복음의 울림
태국 북부. 람빵, 치앙마이, 프라에, 그리고 난.
이 지역 이름들은 수도 방콕이나 관광지 파타야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조용한 북부 지역은 수십 년 동안 태국 안에서 복음이 뿌리내리는 중요한 통로가 되어 왔다.
화려한 선교 보고나 대규모 집회는 거의 없다. 대신, 소수의 교회들이 말씀을 붙잡고 공동체를 세워가는 과정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들은 태국 복음화의 핵심 줄기 중 하나로 자리를 지켜왔다.
태국 전체 인구에서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 남짓이다. 북부 지역 역시 여전히 소수지만, 바로 그 소수 안에서 진심 어린 복음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 작고 조용하게, 그러나 꾸준하게.
치앙마이와 그 인근에는 수백 개의 자립형 교회가 있다. 대부분은 대형 성전도, 조직화된 시스템도 없다. 가정집이나 임대 건물, 때로는 마을 회관이나 야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예배가 이어진다. 선교사의 이름보다 지역 주민의 얼굴이 더 먼저 기억되고, 설교보다 일상의 삶 속에서 전해지는 복음이 이들의 방식이다.
선교사들은 산길을 넘어 농촌 마을로 향한다. 그곳에서 교육 사역과 의료 봉사, 생활 지원 등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에 복음은 새겨진다. 빠른 성장보다 깊은 뿌리를 바라는 이들은 외부 후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자급자족 형태의 소규모 교회를 통해, 작지만 자립 가능한 신앙 공동체를 세워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불교 문화가 일상 깊숙이 배어 있는 사회 속에서 기독교인은 여전히 이방인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절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을 행사에서 배제되거나, 학교에서 자녀가 따돌림을 당하는 일도 생긴다.
목회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용직에 나서거나 농사를 지으면서도 예배와 말씀 사역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녀 교육과 의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외부 선교 단체의 재정 지원도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이들은 공동체 자체의 자립과 지속을 위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교회의 중심은 언제나 ‘관계’에 있다. 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한 가정의 삶을 품고, 한 마을의 고통을 같이 안는 것. 이것이 북부 태국 교회들이 복음을 살아내는 방식이다.
아이들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 노인들을 위한 돌봄 모임. 무슬림 마을에서의 문화 교류. 소수민족을 위한 문자 교육. 이 모든 일들은 단순한 ‘사역’이 아니다. 삶과 삶이 맞닿는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깊은 사랑의 표현이다.
어떤 교회는 예배당이 없어 야외 나무 그늘 아래에서 모인다. 어떤 목회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험한 산길을 넘어 하루에 여러 마을을 방문한다. 이들은 세상에 크게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복음의 울림을 지역 안에 퍼뜨리고 있다.
성경은 군중보다 한 사람의 회심을 더 귀하게 여긴다. 예수께서도 예루살렘보다 갈릴리와 사마리아의 변두리를 먼저 찾으셨다. 열두 제자와 함께 걸었던 길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세상을 바꾸었다. 북부 태국의 교회들은 그와 닮은 자리에서, 조용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복음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문화를 부정하지 않고, 동시에 복음을 타협하지 않는다. 깊은 존중과 기다림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숫자는 작지만, 그 안에 있는 믿음은 결코 작지 않다. 하나님 나라의 뿌리는 바로 이런 작은 공동체 안에서 자라고 있다.
오늘날 세계 선교는 더 이상 규모나 숫자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복음은 현지 언어 안에서, 현지 문화 속에서, 삶의 질감과 고통과 현실 안에서 전해져야 한다. 북부 태국 교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살아 있는 증거가 되어 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연결되는 것이다. 기도하고, 소식을 나누고, 때로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선교는 누군가의 사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현실이다. 복음을 들고 앞서 나아가는 이들의 길은 결코 혼자만의 길이 아니다. 함께 짊어지고 함께 나누는 길이어야 한다.
가장 조용한 곳에서 가장 깊은 믿음이 자란다. 외롭고 느리지만, 하나님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리. 북부 태국의 교회들이 지키고 있는 그 자리는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해야 할 사명의 얼굴이다.
우리가 멀리서 바라볼 사역이 아니라, 함께 짊어져야 할 하나님 나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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