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보이지 않는 것은 쉽게 믿지 못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은 실재가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나 세상의 진짜 중심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인다 낮과 밤이 바뀌는 순간에도, 바람이 불고 별이 도는 질서 속에도, 우리가 다 헤아릴 수 없는 어떤 손길이 있다. 그것이 바로 세상을 붙들고 있는 힘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이든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힘과 마주하게 된다. 계획이 무너지고,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이 중심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세상은 내가 만든 무대가 아니라 나를 초대한 자리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자리를 준비한 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깨달음은 단순한 진실이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보는 시선이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허공을 붙드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실이 더 깊은 질서 속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다. 모든 것이 흩어지는 것 같아도, 보이지 않는 손이 그 조각들을 다시 모으고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있을 때 사람은 무너져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조각나고 있다. 경쟁은 관계를 갈라놓고, 불안은 마음을 나누며, 사람들은 자신만의 작은 세계 속에 갇혀 산다. 그러나 그 보이지 않는 힘은 여전히 모든 것을 하나로 묶고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을 다시 연결하고 부서진 것을 새롭게 이어 붙이며 인간이 끊어 놓은 관계 위에 사랑이라는 다리를 놓는다.
삶의 의미는 이 연결 안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된 존재로 느끼지만 사실은 모두 한 근원에서 나와 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는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것들을, 그 보이지 않는 중심은 오늘도 붙들고 있다. 믿음은 그 중심으로 시선을 돌리는 일이다. 내가 아닌 어떤 사랑이 세상을 붙들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세상은 달라진다.
믿음의 사람은 세상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세상의 질서를 이해하려 하고 그 안에서 일하시는 사랑의 의도를 헤아리려 한다. 그들은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 맡은 자임을 알고 모든 일의 중심을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 둔다. 그리고 그 중심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삶도 흔들리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결국 관계를 믿는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사랑이 여전히 존재함을, 침묵 속에서도 누군가 나를 붙들고 있음을, 그분의 손이 혼돈 속에서도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믿는 것이다. 그 믿음이 있으면 사람은 더 이상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는다. 보이는 세계가 흔들릴 때 그 사람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세계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역사는 언제나 중심을 찾는 역사였다. 그러나 진짜 중심은 인간이 세운 탑 위에 있지 않았다. 세상을 만든 힘, 생명을 유지시키는 손길, 모든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사랑, 그것은 언제나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우리는 그 중심을 향해 부름을 받고 있으며 그 부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세상이 무너질 때도, 믿음의 사람은 중심으로 돌아간다. 보이지 않는 그분의 사랑 안에서 자신을 다시 세우고, 잃어버린 질서를 회복하며, 무너진 마음을 일으킨다. 보이는 세상은 늘 불안정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분의 세계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믿음은 현실을 도피하는 길이 아니라 현실의 더 깊은 층을 보는 길이다. 눈앞의 혼란이 전부가 아니며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손 안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힘이다. 그 믿음으로 세상을 볼 때, 혼돈은 질서가 되고, 상처는 회복이 되며, 끝처럼 보였던 자리에서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때 세상은 다르게 열린다. 보이지 않던 질서가 보이고 우연처럼 흘러가던 시간 속에서 뜻이 보인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한 분이 계신다. 그분 안에서 세상은 존재하고 그분으로 인해 세상은 하나로 이어진다. 믿음은 그 사실을 잊지 않는 일이다 보이지 않지만 지금도 세상을 붙드시는 그 사랑이, 우리의 삶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무너지는 중심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사랑
세상의 중심은 하루아침에 흔들릴 수 있다.
사람이 세운 계획, 경제의 질서, 관계의 약속, 그 모든 것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무너진다. 인간은 견고한 중심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날 그 중심이 사라질 때 비로소 깨닫는다. 자신이 붙들고 있던 것들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러나 중심이 무너지는 자리는 절망의 끝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작이 되는 자리다. 세상이 멈춰도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하나님은 인간의 실패 위에서도 여전히 일하신다.
인간의 중심과 하나님의 중심
우리는 중심을 잃는 순간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중심에 두려 한다. 그러나 인간의 중심은 늘 불완전하고 그 위에 세운 것들은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반면 하나님의 중심은 인간의 의지로 흔들리지 않는다. 그분의 중심은 세상의 축이며,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질서다. 우리가 신앙 안에서 중심을 다시 세운다는 것은, 하나님을 세상의 기준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그 중심이 회복될 때 비로소 혼돈은 질서로, 불안은 평안으로 바뀐다.
신앙은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는 여정이다
신앙의 길은 단순히 도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회복하는 여정이다. 하나님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인간은 중심에서 벗어나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믿음은 다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용기다. 세상은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하나님은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를 단련시키신다. 중심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 고통조차 하나님이 새롭게 빚어 가시는 도구가 된다.
삶의 중심이 무너질 때 우리는 묻는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러나 믿음의 사람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흔들림 속에서 하나님은 나에게 무엇을 보여 주고 계신가.” 흔들림은 하나님의 침묵이 아니라 초대다. 하나님은 인간이 세운 중심을 허무시고 그 자리에 자신을 세우신다. 신앙은 그 초대에 응답하는 일이다. 세상의 중심이 무너질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새롭게 세워지는 중심
믿음은 무너짐 위에 다시 세워진다. 하나님은 폐허 속에서도 새 질서를 만드신다. 우리가 의지하던 모든 것이 무너질 때 그 빈자리에 하나님의 손이 닿는다. 중심이 바뀌면 시선도 바뀌고, 시선이 바뀌면 삶의 의미가 달라진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의 성공이 중심이 아니다. 사랑이 중심이고 은혜가 중심이며 그리스도가 중심이다 그 중심 안에서만 인간은 다시 평안을 얻는다.
세상의 중심은 흔들리지만 하나님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믿음의 사람은 그 중심을 따라 산다. 보이지 않는 손이 세상을 붙들고 있음을 알고 보이지 않는 사랑이 삶을 이끌고 있음을 믿는다. 중심이 무너질 때마다 다시 그분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 신앙의 여정이다. 하나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세상을 붙들고 계신다. 그리고 그 중심에,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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