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나무처럼 살아간다. 뿌리를 내리고 시간을 견디며 저마다의 계절을 지나 자란다. 겉으론 멈춰 있는 것 같아도 삶은 언제나 조금씩 움직인다. 누구나 무언가를 따라가고 어딘가에 영향을 받으며 결국은 방향을 가진다. 어떤 이는 흐름을 만들고 또 다른 이는 흐름에 휩쓸린다.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인생은 자리를 정하고 그곳에 뿌리를 내린다.
세상은 쉴 틈 없이 속삭인다. 더 빨리 가야 하고 더 높이 올라야 하며 더 많은 것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 소리를 따라 움직인다. 속도를 늦출까 불안해하며 계속 자신을 몰아붙인다. 하지만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종종 더 많이 가졌는데 마음은 비어 있고 더 멀리 왔는데 돌아갈 길이 없다고 느낀다. 그렇게 사람은 방향을 잃는다.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고 왜 살아가는지도 불분명해진다. 하루하루는 지나가지만 중심은 점점 사라진다.
가장 깊은 외로움은 혼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잃은 채 살아가는 데서 온다. 바쁘게 달리는데 정작 마음은 공허하고, 많은 걸 이뤘지만 삶은 방향 없이 떠다닌다. 사람은 결과로만 채워지지 않는다. 삶의 바깥보다 더 먼저 다뤄야 하는 것은 내면의 자리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가.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삶의 방향은 결국 그 질문에서 갈린다.
단단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마음은 쉽게 흔들린다. 날마다 수없이 무너지고 작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길을 잃는다. 마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결심이 아니다. 내가 어느 흐름 안에 있느냐이다. 그 흐름은 말씀 가까이에 있을 때 비로소 생겨난다. 말씀은 지식이 아니라 생명을 심는 자리다.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젖어드는 흐름이다. 그 물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은 억지로 자라지 않는다. 자라게 된다.
열매가 없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뿌리를 제대로 내릴 수 없는 환경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이다. 메마른 땅에서 마음은 깊어질 수 없고, 쉼 없이 흔들리는 소음 속에서는 방향이 자라나지 않는다. 멈춰 설 틈이 없고 뿌리내릴 시간도 없다면 결국 인생은 얕아진다. 조금의 풍랑에도 쉽게 무너지고 작은 실패에도 낙심한다. 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는가이다. 이 질문은 신앙을 넘어 존재의 본질과 연결된다.
시냇가에 심긴 나무는 애써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흘러오는 물줄기 곁에 자리를 지킬 뿐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물은 계속 흐르고, 그 흐름은 나무를 자라게 만든다. 때를 따라 열매가 맺히고 잎은 마르지 않는다. 생명의 비밀은 속도가 아니라 위치에 있다. 복은 무엇을 성취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머물고 있느냐에서 시작된다. 하나님과 함께하는 자리, 그분의 흐름 안에 오래 머무는 삶. 바로 그 자리가 사람을 자라게 한다.
누구나 열매를 원한다. 그러나 정작 자리를 선택하는 데는 서툴다. 복된 인생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느냐보다 무엇을 따라 살았느냐에 달려 있다. 사람은 흐름에 따라 만들어진다. 내가 무엇을 자주 듣고 어디에 마음을 두며 무엇을 반복해서 보는가. 그것이 결국 인생의 모양을 만든다. 그러니 복을 바란다면 말씀의 흐름 안에 익숙해지는 것이 먼저다. 반복되는 말씀의 시간과 묵상의 리듬이 조용한 자리를 만들고, 그 자리가 뿌리가 되고, 뿌리가 열매를 맺게 한다.
악인의 길은 때로 화려해 보인다. 빠르고 넓고 쉬워 보인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그 길에는 뿌리가 없다. 바람이 불면 곧 드러난다. 겉은 멀쩡했지만 속은 비어 있었다. 흔들리는 계절이 오면 모든 것이 드러난다. 내가 어디에 서 있었는지, 무엇에 붙들려 있었는지, 결국은 감춰지지 않는다. 때가 되면 열매가 드러나고, 뿌리도 드러난다.
그러니 지금 해야 할 일은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떤 흐름 안에 있는가. 내 마음은 무엇을 따라가고 있는가. 나는 말씀 속에 머물고 있는가. 시냇가에 심긴 나무처럼 조용히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가. 열매는 내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뿌리를 내린 자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하나님은 속도를 보지 않으신다. 방향을 보신다. 더 빨리 가는 것보다 더 오래 서 있는 것을 기뻐하시고, 더 높이 오르는 것보다 더 깊이 뿌리내리는 것을 원하신다. 복은 성과가 아니라 흐름에 있다. 그 흐름은 조용하고 단단하다. 결국 그 자리에 머문 사람이 모든 계절을 이겨낸다. 나무가 되듯, 그렇게 하나님과 함께 서 있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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