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다른 언어, 같은 마음

낯선 땅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말이 통하지 않고 음식도 익숙하지 않다. 사람들의 눈길은 오랫동안 이방인을 향한다. 시간이 지나도 그곳에 완전히 속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가끔은 내 이름조차 낯설게 들린다. 나를 설명할 말이 줄어들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사라질 때, 타국은 단지 지리적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사랑은 그 거리 안에 깃든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붙들기로 하면 그곳은 새로운 시작의 땅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정착이 아니라 마음으로 결정한 선택이다. 떠날 수 있었던 사람이 함께 있기로 결심할 때 그 충성은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바꾸어 놓는다. 끝까지 따르겠다는 고백은 말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뿌리가 되고 방향이 되고, 결국 새로운 미래가 된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곁에 머문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와 삶을 함께할 것인가는 결국 어떤 신을 믿고 어떤 기준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함께 결정하는 일이다. 국적이 달라도, 세대가 달라도 같은 하나님을 바라보고 같은 진리를 따라 살아가기로 한 사람들은 이미 하나의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은 문화를 넘어선다. 민족의 구분을 지우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선다. 처음부터 같았던 것이 아니라, 다름 속에서 함께 되기로 결정한 믿음의 선택이다.

타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가족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 삶의 무게를 이해해 줄 사람이 없을 때, 사람은 방향을 잃는다. 신앙조차 말이 되지 않고 공동체는 다정하지만 낯선 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그 벽을 넘는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 안에서도, 어색한 언어를 가지고서도 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미는 이들이 있다. 하나님은 그런 작은 관계를 통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다.

떠날 수 있었던 사람이 남기로 결정할 때, 포기할 수 있었던 사람이 끝까지 붙들기로 마음먹을 때, 그 선택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믿음이고 신앙의 고백이다. 하나님을 선택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사람 사이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책임의 표현이다. 사랑은 익숙한 자리보다 낯선 곳에서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감당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미 믿음의 언어를 알고 있는 이다.

다른 문화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은 언제나 쉽지 않다. 오해가 생기고 침묵이 길어지고, 마음의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틈 안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일하신다. 상한 마음을 돌이키시고,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감싸시며, 낯설음을 견디게 하신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하나님은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허무신다. 그 경계가 무너질 때, 공동체는 진정한 가족이 된다. 혈연으로 묶인 관계가 아니라 믿음으로 연결된 가족이다. 같은 언어가 아니라 같은 사랑으로 지어진 공동체다.

하나님의 일은 국경을 넘는다. 문화와 언어의 경계를 지나고, 삶의 차이를 가로질러 결국 한 사람의 마음에 닿는다. 그 마음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같은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진리를 품은 이들. 같은 배경이 아니어도 같은 믿음을 따라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흩어진 곳에서 하나님을 다시 세우는 사람들이다.

매일말씀저널 | 다문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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