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 없는 선택 앞에서 성경은 무엇을 말하는가

신앙은 종종 ‘결정의 순간’에서 깊어진다. 선택의 자리 앞에 선 인간은 자신의 판단 하나가 인생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이라는 전제는 사람을 쉽게 위축시키고, 믿음조차 결정을 미룰 이유가 되곤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선택은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일이 되며, 그 무게는 때로 견디기 어려울 만큼 커진다. 많은 신자들이 묻는다. “하나님의 뜻은 왜 이렇게 안 보일까?” 방향을 잃는다는 불안은 사실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다는 절망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하나님의 음성은 우리의 감정 안에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말씀 안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성경은 하나님이 우리 삶을 인도하신다고 약속하지만, 그 인도는 대부분 구체적인 지시가 아니라 긴 여정 속에서 드러나는 손길이다. 하나님은 한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을 결정하시는 분이 아니라, 전 생애의 걸음을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어가시는 분이다. 우리는 ‘잘못된 선택’이 인생을 망칠까 봐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은 내가 여전히 내 인생을 주도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온다. 그러나 신자는 이미 자기 뜻을 내려놓은 사람이다. 인생을 자신의 판단으로 책임지는 존재가 아니라, 주님의 인도에 의지하여 걸어가는 존재다. 그러므로 결정의 두려움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선택을 하나님께 맡길 수 있는가, 그분이 이끄신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가가 신앙의 핵심이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언제나 결정의 두려움 속에서 걸었다. 아브라함은 갈 바를 알지 못한 채 길을 떠났고, 모세는 민족을 이끌라는 부르심 앞에 도망쳤으며, 다윗은 왕의 기름 부음을 받고도 광야를 떠돌았다. 그들의 길은 결코 명확하지 않았고, 때로는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모든 걸음을 책임지셨다. 성경은 말한다. 사람이 마음으로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이 말씀은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그 위에 하나님의 손이 있다는 믿음의 고백이다. 선택이 옳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선택 이후에 내가 하나님 앞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다.

하나님은 인간의 실수를 무력화하지 않으신다. 아브라함이 하갈을 통해 약속을 왜곡했을 때도, 다윗이 밧세바 사건으로 삶을 무너뜨렸을 때도, 하나님은 그 실패를 그냥 넘기지 않으셨다. 오히려 그 실수들을 회복의 재료로 사용하셨고, 그 고통 속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셨다. 신자는 실패 없는 인생을 꿈꾸지 않는다. 신자는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생을 바란다. 그러나 그 뜻은 언제나 완벽한 판단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마음이 흔들리고, 결과가 예상과 다르더라도 하나님을 찾는 방향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곧 뜻 안에 사는 삶이다.

하나님은 단 하나의 길만을 강요하지 않으신다. 때로는 여러 길을 우리 앞에 두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신다. 그리고 그 어떤 길을 택하든, 하나님을 찾는 자에게는 그 걸음을 선으로 인도하신다. 그 신뢰가 있을 때, 신자는 선택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완벽한 길을 맞히는 것이 신앙이 아니다. 내가 가진 최선의 분별을 다한 뒤, 그 결과를 하나님께 맡길 수 있는 담대함, 그것이 신앙이다. 신자는 인생을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사는 사람이다.

두려움은 삶의 방향을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해 돌아서야 한다는 신호다. 불안이 찾아올 때, 사람은 감정이 아니라 말씀을 향해 기울여야 한다. 세상은 결과를 요구하지만, 하나님은 방향과 태도를 보신다. 하나님을 향해 서 있는 자는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성공의 기준보다, 내가 누구를 붙들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하나님은 완벽한 사람을 통해서만 일하시지 않는다. 오히려 연약한 자를 통해 자신의 완전하심을 드러내신다. 그러므로 선택이 두려워 걸음을 멈추기보다, 하나님을 향해 걷는 것이 신앙이다.

결정의 순간마다 많은 이들이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뜻은 판단 그 자체보다, 그 이후의 태도 속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사울은 명분을 앞세워 자신의 불순종을 숨겼고, 다윗은 죄를 범한 후에도 하나님 앞에 엎드려 회개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하나님은 선택의 결과보다 그 이후의 마음을 보신다. 뜻을 분별하는 지혜보다, 그 뜻을 따르려는 겸손이 더 중요하다. 하나님은 판단의 정확성보다 마음의 진실함을 통해 일하시는 분이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하나님은 완전하시다. 두려움은 모든 결과를 내가 책임지려 할 때 찾아온다. 믿음은 그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는 일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결과가 아닌, 동행을 약속하신다. 실수하지 않겠다는 집착이 아니라, 어떤 길에서도 하나님과 함께 있겠다는 결단이 신앙을 이끈다. 그러므로 선택의 두려움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붙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나님은 때때로 명확하지 않은 길로 우리를 이끄신다. 그것은 혼란이 아니라 훈련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뜻을 묻고, 그 뜻을 따르려는 내면의 싸움이 신앙을 자라게 만든다. 이 싸움을 피하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선택 앞에서 필요한 것은 정확한 계산이 아니라 전적인 신뢰다.

선택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다듬으시는 과정이다. 망하지 않기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삶으로 걸어가야 한다. 우리는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실수조차 사용하신다. 잘못된 결정이 인생을 망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의 인생이 우리 손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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