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치할 때 칫솔에 피가 묻어나거나, 음식을 씹는 중에 잇몸에서 피가 날 경우 대부분은 단순한 자극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러한 출혈이 자주 반복되거나, 특별한 외부 자극 없이도 발생한다면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치은염이나 치주염과 같은 잇몸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신 질환의 증상일 가능성도 있다.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양치 습관이다. 칫솔모가 너무 뻣뻣하거나 과도한 힘을 주어 잇몸을 닦는 경우, 미세한 상처가 생기며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땐 부드러운 칫솔로 하루 두세 번, 치아와 잇몸 경계선을 45도 각도로 가볍게 닦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잇몸 깊숙이 칫솔을 밀어 넣는 습관도 피해야 한다.
또 다른 원인은 치은염과 치주염이다. 칫솔질 중 출혈이 매번 반복되고, 잇몸이 붓거나 누르면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미 염증이 진행 중일 수 있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서 냄새나는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 혹은 잇몸이 붉게 부어오르고 피가 자주 난다면 조속히 치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치주포켓 깊이 측정, 스케일링, 잇몸 정밀검사 등을 통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양 결핍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특히 비타민 C, K, 철분 부족은 잇몸 조직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비타민 C는 콜라겐 생성에 관여하고, 비타민 K는 혈액 응고 기능을 돕는다. 철분은 혈관과 점막의 건강에 필수적이다. 최근 식욕 저하나 편식이 있었다면, 멍이 자주 들고 코피가 함께 난다면, 피부에도 작은 출혈 반점이 생긴다면 이러한 영양 결핍을 의심해볼 수 있다.
호르몬 변화나 특정 약물 복용도 잇몸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 임신 초기나 생리 기간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잇몸이 부어오르며 민감해진다. 피임약, 혈액응고 억제제, 혈압약 등을 복용 중이라면 잇몸 출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칫솔을 더 부드럽게 선택하고, 치과 진료 시 복용 중인 약물을 반드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전신 질환의 전조 증상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상처 치유가 늦고 구강 건조증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백혈병 환자는 멍이나 감기 증상과 함께 잇몸 출혈을 경험할 수 있다. 간 기능 저하, 혈소판 감소증 등도 피가 멈추지 않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전신 질환이 의심된다면 혈액검사와 함께 보다 정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잇몸 출혈은 단순히 구강 위생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치아는 멀쩡해 보여도 잇몸이 약해지면 결국 이를 지탱하지 못하고 흔들리며 탈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신 질환의 조기 신호일 수 있는 만큼, 작은 출혈도 무시하지 말고 스스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건강한 잇몸은 건강한 삶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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