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아니하고 진실로 정의를 시행할 것이며” 이사야 42장 3절
삶이란 결코 단순히 오르내림의 연속만은 아니다. 오르막과 내리막 사이에 오랜 정체의 시간도 있고, 아무 일 없는 듯 지나가다가 어느 날 불쑥 심령이 무너지는 날도 있다. 그렇게 마음이 꺾이는 순간은 언제나 조용히 다가온다. 특별히 외부의 큰 고난이 없어도, 사람의 내면은 지쳐갈 수 있다. 기도를 해도 대답이 없고, 인내해도 변화가 보이지 않을 때, 사람은 안으로부터 꺾인다. 그리고 그런 날에는 말씀을 펴는 손조차 무겁고, 찬양의 가사는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자신이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지, 주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지, 질문만이 가슴 속에 멤돈다.
그러나 하나님의 대답은 묵직하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않으신다.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신다. 무너져 있는 마음을 향해 하나님은 더 이상 아무 기대가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리에 다시 임하신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이 시행하시는 정의는 강한 자의 힘을 밀어주는 정의가 아니다. 의로운 이들의 완전함을 보상하는 원칙이 아니다. 하나님의 정의는 상한 자에게 회복을, 꺼져가는 이에게 다시 불을 붙이는 선하신 행동이다. 이 구절은 그래서 약한 자를 향한 하나님의 본심이 담긴 말씀이다. 포기하고 싶은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기도 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회복시키기 어렵다. 사람의 의지로는 꺾인 심령을 다시 세우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말씀은 분명히 말한다. 주님이 꺾인 갈대를 다시 일으키신다고. 꺼져가는 심령에 주님의 숨결을 불어넣으신다고.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 앞에 설 수 있다. 무언가 잘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리에서 더욱 그러하다. 하나님은 우리의 능력을 보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품으시는 분이시다.
기도는 잘 다듬어진 언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절망 가운데 울먹이는 입술조차 주님은 듣고 계신다. 선포는 상황이 바뀐 이후가 아니라, 여전히 아무 변화가 없어도 주의 말씀을 믿기에 외치는 고백이다. 지금 내 상황은 그대로지만, 주님의 성품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다시 말씀 앞에 서서 기도하고,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믿음으로 선언한다. 그것이 꺾인 마음 위에 시작되는 회복의 첫걸음이다.
기도와 선포
기도합니다. 주님, 제 안의 등불이 거의 꺼져갑니다. 외롭고 지치고 고요한 절망 속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제 마음은 자신을 탓하며, 저를 향한 하나님의 뜻조차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 이사야의 말씀처럼 저를 꺾지 않으신다 하셨기에, 그 한 줄기 말씀의 숨결에 다시 나를 내어드립니다. 제 삶에 더 이상 빛이 없다고 느낄 때, 주님의 손이 여전히 저를 덮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하소서. 상황이 바뀌지 않아도, 주님의 인자하심은 날마다 새롭습니다. 그래서 선포합니다. 주님은 지금도 나와 함께 계십니다. 나의 무너진 마음을 외면하지 않으시며, 다시 일으키십니다. 나는 다시 기도합니다. 믿음으로 걸어갑니다. 나의 회복은 주께로부터 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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