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지 않아야 할 이유 –
과거는 우리를 부르지 않는다
사람은 종종 자신이 떠나온 자리를 돌아보려는 충동에 시달린다. 떠나온 그 길 위에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고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남아 있을 때 그렇다. 어떤 사람은 상처 입은 기억을 잊고 싶어서 돌아보지만 또 어떤 사람은 그 상처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듯해 돌아본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만큼 현재는 사라지고, 미래는 밀려난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다. 하나님은 단 한 번도 뒤를 향해 걸어가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아브라함에게도 롯에게도,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에게도, 하나님은 늘 ‘앞을 보라’고 하셨다. 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끊임없이 과거를 추억했고 그 추억이 결국 그들을 현실의 고통보다 더 두렵게 만들었다. 과거가 그리워진다는 말은 지금 주어진 현실이 감당되지 않는다는 다른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감당이 되지 않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과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감당케 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하나님의 시간은 직선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시간은 인도하시는 시간이다. 사람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나누어 살고 있지만 하나님은 모든 시간을 하나로 엮으신다. 오늘의 기도는 어제의 눈물과 연결되어 있고 지금의 고백은 내일의 순종으로 이어진다. 하나님의 시간 속에는 낭비가 없다. 고통도, 실패도, 심지어 죄까지도 하나님은 그분의 구속의 시간 안에서 의미 있게 하신다. 그러므로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은 과거를 무시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손에 맡긴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내 과거를 주관하신다는 믿음이 없으면 우리는 계속해서 우리의 과거를 손으로 움켜쥐려 한다. 그리고 그 손은 과거를 붙들기 위해 현재를 놓친다. 기억이 삶을 이끌게 두면 믿음은 자라지 않는다. 우리는 기억을 묵상하라고 부름받은 존재가 아니라 말씀을 묵상하라고 부름받은 존재다.
과거는 증언이다
내가 겪은 실패, 고통, 상처, 좌절, 그 모든 지난 시간들은 하나님의 구속의 길에서 중요한 ‘증언’이 된다. 그러나 증언은 내가 머무를 자리가 아니다. 증언은 내가 지나온 자리를 기억하게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향한 힘은 거기서 나오지 않는다. 오직 복음에서, 말씀에서, 하나님의 임재에서 나온다. “잊으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지우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에 매이지 말라는 뜻이다 하나님이 바벨론 포로기를 지나 유다 백성을 회복시키실 때, 그들의 지난 죄와 상처를 지우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긴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를 증거로 세우셨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과거는 내 믿음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것이 내가 살아갈 이유다. 과거는 하나님의 은혜를 말하는 도구일 수는 있어도 은혜 그 자체는 아니다.
현재를 하나님의 시선에서 살아가는 법
하나님은 우리가 오늘을 선택하길 원하신다. “오늘 네가 나의 음성을 듣거든 너희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말라.”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나 오늘 일어난다. 그래서 기도도 오늘 드리고, 순종도 오늘 결단해야 한다. 믿음은 늘 현재의 시제로 살아 움직이며 오늘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세상 가운데 이뤄진다. 우리가 미래를 궁금해하고 과거를 후회하는 이유는 오늘이라는 시간에 충분히 머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임재는 항상 현재 속에 있다. 어제의 은혜는 추억이 되며 내일의 계획은 꿈일 뿐이다. 믿음은 오늘 살아내는 진실한 고백이다. 지금 내가 하는 선택 하나가 하나님의 뜻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그것은 실패할 수 없는 길이다. 그렇기에 오늘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믿음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이유
미래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시간 속에 무언가 끌려간다는 느낌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은 끌려가는 인생을 살지 않는다. 인도받는 삶을 산다. 하나님은 계획이 없는 분이 아니라 계획을 숨기시는 분이다. 그래서 믿음은 때때로 모른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알지 못해도 주님을 신뢰하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걸어간다. 아브라함이 그랬고, 모세가 그랬고,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랬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명확했지만 앞날은 모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계속 걸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앞에 길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길 위에 계신 하나님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우리의 내일을 손에 쥐고 계신다. 그러니 두려움은 내려놓고 하나님의 약속을 붙드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순종은 결과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따라 하는 것이다.
과거를 내려놓는 것은, 하나님의 손을 붙드는 일이다
믿음의 사람은 무표정한 과거를 미화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자신이 짊어지려 하지 않는다. 과거는 증언으로 남겨두고 미래는 약속으로 하나님께 맡긴 채 오늘을 진심으로 살아낸다.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시간을 주관하신다. 시간이 흘러가는 방향을 두려워하지 마라. 하나님의 계획은 언제나 그 흐름보다 앞서 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과거는 더 이상 우리를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를 부르신다. 지금 이 순간, 하나님 앞에서.
매일말씀저널 | 신앙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