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에서 단물과 쓴 물이 함께 나올 수 있는가

말의 힘은 삶을 흔든다

사람의 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파급력은 상상을 넘어선다. 작은 불씨가 큰 숲을 태우듯, 혀의 말 한마디가 삶 전체를 흔들고 공동체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가족 안에서 던진 한마디가 수년간의 상처로 남기도 하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무심코 뱉은 말이 깊은 분열을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따뜻한 위로와 격려는 절망 속에 있는 이의 생명을 붙들고, 진실한 고백은 무너진 관계를 다시 세워 올린다. 그러므로 혀는 작지만 그 힘은 결코 작지 않다. 같은 입술에서 찬양과 저주가 동시에 흘러나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모순이다. 단물과 쓴 물이 같은 샘에서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생명의 말과 죽음의 말이 한 입에서 함께 흘러나올 수 없다. 결국 한쪽이 다른 쪽을 잠식하고 시간이 흐르면 둘 다 더럽혀지고 만다.

하늘에서 난 지혜의 결

혀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은 인간 안에 있지 않다. 사람의 혀는 불과 같고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독과 같다. 그러나 위로부터 오는 지혜가 다스릴 때 말은 변한다. 그 지혜는 청결하고 화평하며 양순하고 긍휼과 선한 열매로 가득하다. 다시 말해 하늘의 지혜가 우리 안에 자리할 때 입술은 불씨가 아니라 빛이 되고  독이 아니라 샘물이 된다. 뱀의 독처럼 파괴적인 말, 개구리의 울음처럼 혼란을 더하는 말은 사라지고 영혼을 살리고 공동체를 세우는 말이 자리한다. 입술은 여전히 작지만 그 안에서 솟아나는 것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위선적 입술을 경계하라

신앙인은 자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두 흐름을 분별해야 한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말과 지혜를 내뱉으면서 속으로는 시기와 다툼을 품는다면 그것은 위에서 난 것이 아니라 땅에서 난 것이다. 땅에서 난 지혜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결국 혼란과 악한 일들을 불러온다. 반대로 마음이 정결할 때 흘러나오는 말은 빛과 같아 사람의 길을 밝히고 자신도 흠 없이 맑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인은 자신의 혀가 얼마나 쉽게 위선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경계해야 한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입술로 사람을 상처 내는 것은 가장 큰 모순이자 신앙의 왜곡이기 때문이다.

침묵이 주는 지혜

말이 많을수록 실수도 많다. 그러나 침묵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내면을 가다듬는 힘이다. 욥의 친구들이 그의 곁에 처음 일주일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을 때, 그 침묵은 말보다 더 큰 위로가 되었다. 급히 쏟아내는 말보다 잠시 멈추어 숙고한 침묵이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하나님 앞에 멈추어 드리는 침묵은 혀를 다스리고 마음을 주께로 돌리는 훈련이 된다.

혀를 거룩하게 지키는 길

혀를 거룩하게 지키는 길은 단순하다. 단물과 쓴 물을 동시에 담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인간은 흔히 자신이 내뱉는 모순된 말을 합리화하려 하지만 그것은 곧 하나님의 말씀과 어긋난다. 하나님께 드려진 입술이라면 찬양과 감사와 격려가 흘러나와야 한다. 물론 분노와 슬픔, 탄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성경의 시편은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토로하는 기도의 보고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이 하나님 앞에 드려질 때 그것은 원망이 아니라 간구가 되고, 저주가 아니라 기도가 된다. 혀를 거룩하게 지키는 길은 감정을 억누르는 길이 아니라 모든 감정을 하나님 앞에 올려 드리는 길이다.

공동체를 세우는 언어

말은 개인을 넘어 공동체를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격려가 모여 교회를 살리고 한 사람의 거짓이 모여 공동체를 파괴한다. 언어는 관계를 엮는 실이자 신뢰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그러므로 신앙 공동체 안에서 말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믿음을 세우는 열매다. 우리의 입술에서 끊임없이 감사와 사랑이 흘러나올 때 그 말은 곧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내는 표지가 된다.

말씀으로 정결케 되는 입술

우리의 입술이 거룩하게 지켜질 수 있는 힘은 오직 말씀에 있다. 말씀은 사람의 마음을 정결케 하고 그 마음에서 나오는 입술을 새롭게 한다. 말씀을 품은 자의 혀는 더 이상 불을 뿜지 않는다. 오히려 단물을 흘려보내며 메마른 영혼을 살리고 세상을 새롭게 한다. 말씀은 인간의 혀가 스스로 길들여지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힘이다. 그러므로 말씀을 붙드는 것은 곧 입술을 지키는 길이며 공동체를 세워 가는 힘의 원천이다.

매일말씀저널 | 신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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