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 평강은 어디서 오는가

사람이 살아가며 가장 갈망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은혜이고 다른 하나는 평강이다. 은혜는 내가 얻을 수 없는 것을 거저 받는 기적이고 평강은 세상이 빼앗을 수 없는 내면의 쉼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두 가지를 세상에서 찾으려 애쓴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야 평안을 누릴 수 있을 것 같고 충분한 소유를 가져야 은혜로운 삶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편지의 첫머리에서 단호히 말한다. 은혜와 평강은 오직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온다.

은혜는 내가 노력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주어진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확증된 사실이다. 내가 여전히 부족하고 연약한 모습으로 서 있어도 하나님의 은혜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 은혜는 나의 실패를 덮고 나의 과거를 새롭게 하며 내일을 걸어갈 힘을 준다. 은혜를 깨달은 사람은 더 이상 스스로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하나님이 주신 자리에서 감사하며 살아간다.

평강 또한 상황에서 오지 않는다. 바울이 갈라디아서를 쓸 당시 교회는 혼란과 갈등 속에 있었다. 사람들은 율법과 복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고 서로 다른 주장을 앞세우며 다투었다. 그러나 바울은 상황이 아니라 근원에 주목했다. 평강은 세상의 질서가 완벽히 정리될 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때 주어진다. 마음이 하나님과 화목하면 외부의 소란이 나를 흔들지 못한다.

우리의 일상은 종종 그 반대 방향으로 흘러간다. 평강을 얻기 위해 사람을 바꾸고 환경을 고치려 한다. 은혜를 누리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성취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거꾸로 말씀하신다. 먼저 나와 화목하라. 먼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라. 은혜를 경험하는 순간 평강이 함께 온다. 그 평강은 상황의 변화 없이도 가능하다. 오히려 변화는 그 평강 안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의 기도는 단순하다.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을 받게 하소서. 내 힘과 노력으로 만드는 평안이 아니라 세상이 빼앗지 못하는 평강을 누리게 하소서. 사람의 호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로 살아가게 하소서. 이것이 복음의 시작이자 끝이며, 우리가 매일 새롭게 붙들어야 할 고백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비교하게 만든다. 친구의 소식, SNS 속 사진, 성공담은 우리 마음에 보이지 않는 무게를 더한다. 더 많은 성취, 더 완벽한 조건, 더 높은 평가를 추구하다 보면, 이미 받은 은혜는 작아 보이고 주어진 평강은 불안하게 느껴진다. 하나님이 주신 자리에서 감사하기보다 ‘다음 단계’만 바라보게 된다. 이렇게 비교와 불만은 마음의 평강을 잠식한다.

또한, 우리는 은혜를 조건부로 이해하려 한다. 내가 기도를 열심히 했을 때, 봉사를 많이 했을 때, 신앙적으로 인정받았을 때만 하나님이 나를 은혜롭게 대하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복음은 은혜가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선포한다. 하나님의 은혜는 내가 잘해서 주어진 보상이 아니라, 내가 아무것도 내세울 수 없을 때도 변함없이 주어지는 선물이다. 이것을 잊을 때, 은혜와 평강은 순식간에 멀어진다.

은혜와 평강을 회복하는 길

첫째, 멈추어 서야 한다. 바쁘게 달려가며 은혜를 찾을 수는 없다.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가 복음을 잃고 다른 복음을 따르려 할 때, 서두를 멈추게 하고 처음 받은 복음을 다시 들려주었다. 우리도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잠시 멈추어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 멈춤 속에서만 은혜를 기억할 수 있고 평강이 다시 흘러들어온다.

둘째, 복음의 중심을 다시 붙들어야 한다. 은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서 온다. 복음을 멀리하고 신앙을 단지 도덕과 규칙의 문제로만 좁히면, 평강은 사라지고 신앙은 무거운 짐이 된다. 매일 복음을 묵상하고, 내가 어떤 은혜로 구원받았는지를 기억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셋째, 하나님의 시선으로 자신과 상황을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상황이 해결되어야만 평강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찾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나님은 때로 길을 막으심으로 다른 길을 여시고, 나를 불편하게 하심으로 내 시선을 바꾸신다. 이 믿음이 자리 잡을 때, 평강은 상황을 넘어 마음을 지킨다.

오늘, 하나님 앞에서

은혜와 평강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 삶에 흘러야 할 현재진행형의 선물이다. 오늘 하루의 숨과 생각과 발걸음 속에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의식하며, 평강이 나를 다스리도록 맡겨야 한다. 내 감정이 요동치고, 계획이 틀어지고, 관계가 어려워져도 하나님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은혜와 평강은 변함이 없다.

결국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상황이 아니라 주님이다. 주님을 붙들 때 은혜는 다시 흐르고 평강은 내 마음에 뿌리내린다. 이 선물은 내가 세상에서 찾아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를 향해 주어진 복음 속에 있다. 오늘 그 은혜와 평강 안에서 숨 쉬며 살아가자.

매일말씀저널 | 신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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