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의 바람이 불어올 때

기다림에서 시작된 역사

예수님은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음에도 제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고, 유대 사회는 여전히 적대적이었으며 자신들의 미래도 불확실했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에게 “기다림”을 명하셨다. 기다림은 쉽지 않은 명령이다. 그러나 바로 그 기다림 속에서 제자들의 마음은 낮아지고 준비되었으며 하나님의 때가 채워졌다.

바람처럼, 불처럼 임하신 성령

오순절, 성령은 마치 급하고 강한 바람처럼 제자들이 모인 집 안에 가득했다. 불의 혀 같은 것이 갈라져 각 사람 위에 임했고 그들은 각 나라 언어로 하나님의 큰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성령은 조용히 다가오신 분이 아니라 역사를 흔드는 바람과 불처럼 임하셨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흔적을 남기고 불은 모든 것을 태우며 새로운 것을 만든다. 성령도 그러했다. 제자들의 두려움은 태워지고 마음은 새로워졌으며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두려움에서 담대함으로

성령이 임하기 전까지 제자들은 닫힌 문 안에 숨어 있었다. 그러나 성령이 임하자 베드로는 가장 먼저 거리로 나가 담대히 설교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증언하며 수많은 무리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같은 사람이지만, 성령이 임하자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이것이 성령의 능력이다. 인간의 약함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하나님의 능력이 사람 안에 거할 때 그 사람은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성령은 교회를 세우신다

그날 하루에 삼천 명이 회개하고 세례를 받았다.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성령은 단순히 개인의 내적 체험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공동체를 세우시는 분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성령 안에서 하나 되었다. 말씀에 헌신하며 서로의 필요를 나누고 함께 찬양하는 공동체가 시작되었다. 성령은 흩어진 자들을 모으시고, 모인 자들을 다시 흩어 세상으로 보내셨다. 교회의 시작은 사람의 지혜나 전략이 아니라 성령의 임재였다.

구약에서 예언된 성령

성령강림은 갑자기 일어난 돌발 사건이 아니다. 구약은 이미 성령을 예언했다. 요엘은 “내가 내 영을 만민에게 부어 주리니 너희 자녀들이 예언할 것이요, 너희 늙은이는 꿈을 꾸며 너희 젊은이는 환상을 볼 것이라”고 선포했다. 에스겔은 마른 뼈 골짜기에 생기가 들어가 군대가 되는 환상을 보았다. 창세기 1장에도 창조의 혼돈 위에 하나님의 영이 운행하셨다. 성령은 처음부터 역사하신 하나님이며 오순절은 그 영이 드디어 모든 믿는 자 위에 부어진 순간이었다.

오늘 우리에게 임하시는 성령

성령은 단지 2천 년 전 사건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도 여전히 바람처럼 불고 불처럼 역사하신다. 우리가 무너져 있을 때 성령은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신다. 공동체가 갈라지고 서로 불신할 때 성령은 화해와 연합의 길을 여신다. 기도가 메마를 때 성령은 기도의 불을 붙이시며 복음을 전하지 못하는 입술에 담대함을 주신다. 성령은 단순히 교리 속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을 새롭게 만드시는 하나님 자신의 임재다.

성령을 사모하는 삶

성령은 억지로 들어오시지 않는다. 그러나 간절히 기다리는 자, 주님의 약속을 붙든 자 위에 임하신다. 제자들이 마가의 다락방에서 마음을 같이하여 기도할 때 성령이 임했던 것처럼, 오늘도 성령은 기도하는 공동체 위에 임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을 두려워할 필요도 무시할 수도 없다. 성령은 우리의 삶을 흔들지만 그 흔듦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세우신다.

결론, 성령의 바람을 맞는 교회

오늘 우리 교회가 다시 살아나려면 성령의 바람을 맞아야 한다. 사람의 지혜와 전략만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세울 수 없다. 성령이 불어오실 때 교회는 다시 예배의 자리에서 뜨거워지고, 세상 속으로 파송되는 공동체가 된다. 성령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기도는 단순하다.

“주님, 성령으로 내 안을 새롭게 하소서. 교회를 새롭게 하소서. 세상을 변화시키소서.”

성령이 임할 때 두려움은 담대함으로, 절망은 소망으로, 침묵은 증언으로 바뀐다. 오늘도 그 바람은 불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바람을 막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온전히 맞이하는 것이다.

매일말씀저널 | 신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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